Search

동남아 축구에 K리그 DNA…인도네시아 대표팀 눈빛이 달라졌다 - 한겨레

텍스트 크기 조정
글자크기

[마쿠스 한의 신태용 감독 훈련 동행기]
인도네시아 19·23살 대표팀 한국 강훈
스즈키컵 준우승 등 일취월장에 ‘스타’
6일 ‘동남아 대회’ 신태용-박항서 대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23살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4월 한국 전지훈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쿠스 한 제공
‘동남아 선수들이 첫눈을 맞았을 때 기분은 어떨까?’ ‘이슬람 금식기간 라마단엔 진짜 아무것도 먹지 않을까?’ 지난 3~4월 신태용 감독이 한국에서 19살, 23살 이하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전지훈련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연령별 대표팀도 이끌고 있는 신 감독은 스즈키컵 준우승으로 선수보다 인기가 높은 ‘슈퍼스타’다. 인도네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9위로 하위권이지만, 신 감독 부임 이래 가파르게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 19살 이하 대표팀(3월12~4월15일), 23살 이하 대표팀(4월16~29일)이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것도 신 감독에 대한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신뢰에서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피파 20살 이하 월드컵을 유치했고, 6일에는 동남아지역 11개국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대회(12~23일·베트남 하노이) 축구 대회 개막에 앞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맞붙는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23살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데, 말레이시아 대표팀(김판곤 감독)을 포함해 ‘K리그’ 지도자들이 우승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대표팀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라이언시티의 사령탑은 김도훈 감독이다. ‘여우’의 지략을 갖춘 신태용 감독이 두 달 동안 경북 영덕과 대구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19살, 23살 이하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좀 더 따뜻한 곳을 찾을 수 있지만, 강팀과 대결하고 훈련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한국을 택했다. 자가격리가 풀린 3월 쌀쌀한 날씨에 생애 첫눈을 맞은 19살 이하 선수들은 신기한 것도 잠시,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단내나는 훈련을 3주간 지속했다. 23살 이하 훈련 기간엔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걸렸다. 이슬람 국가팀을 맡은 지도자가 넘어야 할 가장 어려운 산이 라마단이다. 먹지 않으면 힘을 쓸 수 없는데, 해 뜨기 전 그리고 지고 나서야 음식과 물 섭취를 하니 여간 낭패스러운 일이 아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거나 평가전이 있는 날에는 정상적인 식사를 요청해야 했는데, 물론 나중에 금식일을 채우는 것은 당연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전지훈련 중 직접 패스 시범을 보이고 있다. 마쿠스 한 제공
19살 이하 팀은 한국 19살 대표팀, 포항 스틸러스와 친선전에서 2패, 23살 이하 팀은 포항 스틸러스. 대전 하나은행과 대결해 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자신감은 커 보였다. 신 감독은 템포 축구와 빠른 패스, 지치지 않는 체력을 중시한다. 사실 이슬람 문화의 동남아에서 축구 지도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신 감독의 지휘를 받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는 믿음과 배우려는 자세가 남달랐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국 선수들은 소속팀 감독의 말을 충실히 따르기 때문에 인기가 더 있는데,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충성도가 몇배나 더 크다. 과장된 말을 하자면 무더운 나라 선수들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한국 지도자들 아래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높은 강도의 훈련을 따라야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감을 북돋우며 선수들과 소통하는 것도 강점이다. 박항서 감독도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해 베트남 축구의 레전드가 됐을 것이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한국 전지훈련 중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왼쪽) 등과 반갑게 만나고 있다. 마쿠스 한 제공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네덜란드, 프랑스에 대패를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의 한국 전지훈련도 공식경기 4패로 끝났다. 하지만 강팀과의 대결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선수들은 패배보다 더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한겨레 통신원

Adblock test (Why?)

기사 및 더 읽기 ( 동남아 축구에 K리그 DNA…인도네시아 대표팀 눈빛이 달라졌다 - 한겨레 )
https://ift.tt/Qo8pa4V
스포츠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동남아 축구에 K리그 DNA…인도네시아 대표팀 눈빛이 달라졌다 - 한겨레"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